엔진과 동력장치 엔진형식 V형 12 기통 엔진배치 미드쉽 세로배치
배기량 5,998 cc 보어와 스트록 92.0 × 75.2 mm
압축비 11.2 캠축과 밸브 더블 오버헤드 캠샤프트
연료분사방식 멀티포인트 분사 과급기
최대출력 660 마력 / 7,800 rpm 최대토크 67.0 kgm / 5,500 rpm
수동기어 6 단 자동기어
구동방식 뒷바퀴굴림
바디와 섀시 바디타입 2도어 쿠페 승차정원 2 인승
서스팬션(앞) 더블 위시본, 스테빌라이저 바, 코일 스프링
서스팬션(뒤) 더블 위시본, 스테빌라이저 바, 코일 스프링
브레이크 벤틀레이티드 디스크
벤틀레이티드 디스크 타이어 245/35 ZR 19
345/35 ZR 19
크기와 무게 휠베이스 2,650 mm 트레드 1,660 / 1,650 mm
L x W x H 4,702×2,035×1,147 mm 공차중량 1,255 kg
견인능력 연료탱크용량 110 ℓ
성능 0-100km/h 3.7 초 최고속도 350 km/h
연비 연료 가솔린
가격 현지가 (USD) $ 670,000 현지가(EUR) € 645,000
수입예상가격 \ 1,309,250,000 국내판매가격 \ 1,650,000,000


엔초 페라리

엔초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빠르며 값비싼 도로용 GT다. 데뷔 당시 F40이 누렸던 강력한 개성과 ‘궁극의 성능’은 기본이고 F50의 첨단기술을 한 차원 높였을 뿐 아니라 훨씬 빨라진 ‘인공지능’을 갖추었다. 엔진은 V12 6.0ℓ DOHC로 최고출력 660마력(7천800rpm), 최대토크 67.0kg·m를 낸다. 0→시속 100km 가속은 3.65초다. 수퍼카 중의 수퍼카 엔초의 성능은 경이 그 자체이고 신형 브렘보의 제동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수퍼카 엔초는 L.C. 디 몬테제몰로 체제 아래에서 구상·개발·생산된 작품이지만 이미 사라진 한 위인의 비전을 반영하고 있다. 창업자 엔초 페라리야말로 정상의 GT 시리즈를 한정판으로 만들기로 한 주역이다. 신비의 GTO와 F40 한정판 생산의 장본인이 그다.

F40의 후계차 F50은 여러모로 혁신적이었지만 F40에 뒤떨어진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경이적인 엔초와 비교할 대상은 여전히 F40이다.

페라리는 F60대신 엔초(Enzo)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이 수퍼카를 ‘페라리 엔초’가 아니라 창업자의 이름 그대로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라 부르기로 했다. 브랜드+모델명이라는 자동차계의 불문율을 깨뜨린 것이다.

가장 강력하고 빠르며 값비싼 도로용 GT
일본계 디자이너 오쿠야아 켄이 디자인해


창업자의 친필 서명을 로고로 사용하며 경의를 표하는 페라리의 의도를 이해한다.

엔초는 2인승 도로용 F1 경주차를 보는 느낌을 준다.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빠르며 값비싼 도로용 GT다. 디자인은 일본계 디자이너 오쿠야아 켄이 맡았다. 데뷔 당시 F40이 누렸던 강력한 개성과 ‘궁극의 성능’은 기본. 게다가 도로를 달릴 때 드라이버에게 적응하는 F50의 첨단기술을 한차원 높였을 뿐 아니라 훨씬 빨라진 ‘인공지능’을 갖추었다. 2개의 전면 에어백과 ABS, ASR, 파워핸들, 에어컨, F1 기어가 기본장비다.

페라리의 유명한 테스트 드라이버 다리오 베누지가 피오라노 테스트 트랙에서 올린 엔초의 최고 랩타임은? 엔초는 F50에 비해 4.7초나 빨랐다. 몇 대 전의 F1 챔피언카와 비교할 수 있는 속도다.

엔진은 고정밀 V12 기울기 65도의 48밸브 5천998cc DOHC로, 최고출력 660마력(7천800rpm), 최대토크 67.0kg·m를 낸다. 1마력의 차체 무게가 2.1kg에 불과한 셈. 반면 최고급 스포츠카는 3kg 또는 그 이상이다. 페라리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엔초는 0→시속 200km 가속에 9.5초, 0→시속 100km 가속에 3.65초가 걸린다. 11초면 0→400m를, 19.6초에는 0→1km를 돌파한다.

엔초의 운전 성능이나 감각은 드라이버에 따라 달라진다. 게다가 오너의 요구에 따라 하드웨어(예를 들어, 시트와 페달 사이즈, 세팅)가 달라지고, 소프트웨어도 드라이빙 모드와 옵션에 따라 바뀐다. 엔초 349대의 오너(올해 말 출고를 시작한다)는 F50과 마찬가지로 시트를 비롯하여 페달 크기와 거리를 일일이 주문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선택했어도 잠재력을 완전히 살리려면 운전 훈련을 받아야 한다.

피오라노 트랙에서 열린 페라리 시승회에는 극히 적은 수의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초청되었고, 검증 항목도 제한되어 있었다. 우리들 소박한 기자는 이미 결정된 시트와 페달에 몸을 맞추어 피오라나 트랙을 돌았다. 다행히 핸들 칼럼을 조절할 수 있어 고생을 덜었다.

엔초에 오르는 것은 다른 수퍼카를 탈 때보다 훨씬 쉽다. 초경량 도어(카본 파이버)는 유명한 512S 경주차(역시 V12 엔진을 얹었다)와 아주 닮았고, 안전벨트는 표준형 3점 벨트와 도로용 4점 벨트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버킷 시트는 얇은 카본 파이버로 만들었고, 반들거리는 아주 얇고 세련된 가죽(빨강이 주조를 이룬다)으로 덮었다. 실내는 크기가 알맞고, 누구나 불편 없이 앉을 수 있다. 윈드실드를 통한 시야는 아주 좋고, 후방 시야는 다른 어떤 미드십 차보다 뛰어나다.

대시보드는 오로지 운전자를 위해 마련되었다. 2개의 커다란 재래식 계기가 엔진회전과 속도를 알려주고, 모니터를 통해 스크린에 각종 정보를 올린다. 그러나 컨트롤과 스위치, 계기, 모니터, 버튼이 차를 움직인다.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최고의 인터페이스다.

핸들은 레이스 기술을 응용한 혁신적 장비다. 카본 파이버로 만든 핸들 상단은 시야를 막지 않기 위해 비스듬히 잘려 있다. 일련의 LED가 엔진의 스피드를 표시해 기어변환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F1 경주차와 마찬가지로 양쪽에 있는 조절장치(6개)가 지상고 올리기와 내리기, ASR 해제·연결, 스포츠·레이스 모드 선택장치, 디스플레이(2개) 기능을 한다.

안전벨트를 맨 뒤 키를 돌린다. 엔진이 걸리지 않고 전기회로를 차단하여 출발 준비에 들어간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핸들 뒤의 손잡이를 당기면 기어박스가 중립에 들어간다. 그런 다음에야 중앙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눌러 엔진을 점화한다. 엔진 회전을 올리려고 할 필요가 없다. V12는 아주 매끈하고 조용히 돌아간다. 유럽연합의 소음규정이 페라리 V12의 목소리마저 한결 부드럽게 가라앉혔다.


초강력 파워·풍부한 토크의 황홀한 조화
브렘보 브레이크의 뛰어난 제동력에 감탄


피오라노의 피트레인을 빠져나와 트랙으로 들어선다. 즉시 액셀을 바닥까지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엔초의 주요 제원을 안다면 첫 주에 파워를 확인한 뒤 서서히 가속하는 것이 옳다.

우리의 테스트 드라이버 다리오 베누지는 트랙에 들어서자 액셀을 바닥까지 밟았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거대한 브리지스톤 포텐자 스쿠데리아 245/35ZR19(앞)와 345/35ZR19(뒤) 타이어를 데워 놓았다.

수퍼카 중의 수퍼카 엔초에 아무리 신중하게 접근해도 벅찬 감동을 억누를 수 없다. 엔진은 경이 그 자체다. 초강력 파워와 저회전대에서 점차 올라가는 풍부한 토크가 잘 어우러졌다. ‘합법적인’ 상한 8천200rpm에 도달하는 데 1~2초.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휘감아 돈다.

승차감은 경주차보다는 도로용 GT에 가깝다. 그래서 엔초와의 중장거리 여행은 악몽이 아니라 꿈이다. 게다가 신형 브렘보의 제동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차는 트랙에서 잠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놀랍기 짝이 없었다. 신속하고도 강력한 신형 CCM(카본 세라믹 소재) 기술은 엔진 출력보다 더 위력적이라 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엔초를 몰고 다닐 때의 감각과 운전성을 알아내기 위해 피오라노를 전속 질주할 필요는 없다. 이에 따라 첫 주에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유를 갖고 신중하게 달리며 거동과 핸들링, 반응을 살폈다. 적어도 피오라나에서는 아주 운전하기 쉬웠다.

도로에 나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엔초는 너비 2천35mm를 수용할 수 있는 도로가 아니면 다닐 수 없고, 그만한 공간이 없으면 주차할 수 없다. 길이 4천702mm는 너비와 합쳐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엔초의 파워핸들은 아주 능률적이며 직접적이고, 록투록(lock to lock)은 2회전을 약간 넘는다. 주차할 때보다는 달릴 때 훨씬 재미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핸들 칼럼 반응은 엔초의 황홀한 운전감각을 한껏 전해주고 코너를 돌 때 고도로 안정되고 예리하다.

디자인과 공기역학 효과면에서 엔초는 단연 세계 최고다. 엔초를 개발하면서 페라리는 순수하게 2가지 성능목표를 세웠다. 첫째 중속대에서 (다운포스를 높여) 그립한계를 올려라. 동시에 최고시속을 최대한(시속 350km 이상) 끌어올려라.

하지만 2가지 요구는 서로 충돌한다. 엔초는 모든 도로와 서키트, 그리고 스피드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의 능동적이고 종합된 공기역학 성능을 담아내야 한다. 엔초는 속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앞뒤 핀(지느러미)을 달고 있다.

초고속에서 자동조절형 공력장치(앞뒤 핀)는 최대 수직하중을 억제한다. 그러면 차는 지정된 최저지상고를 유지할 수 있다. 다운포스는 시속 200km에서 344kg이고, 시속 300km에서는 775kg으로 뛰어오른다.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엔초는 최고시속에 도달한다. 시속 350km에서도 다운포스는 585kg에 이른다. F50이 시속 220km에서 다운포스가 225kg이라는 사실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엔초는 450kg으로 2배에 달한다.

엔초는 피오라노 트랙에서 최고시속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니 현재의 어느 트랙에서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피오라노에서 시속 220km에 이른 것도 대단한 실력이었다. 소음은 F40보다 훨씬 적었고 카본파이버 플랫폼에 얹힌 최초의 ‘한정판’ F50과 비교할 때 엔초의 (초강성 구조의 특징인) 진동은 훨씬 부드러웠다.

도로에 나가면 엔초의 성능은 잊어버려야 한다. 깊숙이 숨겨둔 야수를 풀어놓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파워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엔초는 프로 드라이버만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괴팍한 야수가 아니다. F40이나 현대판 AC 코브라와는 전혀 다르다. 일부러 난폭하게 다루지 않는 한 전자장비 덕택에 아주 합리적이고 온순하다.

도로에서는 정밀 전자장치로 출력과 스피드가 조절된다. 피오라노 트랙에서 속도를 높일 때 작동하던 바로 그 전자장치다. ‘레이스’ 모드로 F1 기어에 놓으면 변속할 때마다 ‘쾅’하는 소리가 난다. 클러치와 액셀을 조작하는 작은 로봇은 초고속(1천500분의 1초)이고 시프트업의 성능은 아주 뛰어나다.

도로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훨씬 편하다. 그와 함께 댐퍼 세팅과 트랙션 컨트롤(ASR)이 연결된 전자조절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전자장비를 조작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서스펜션을 안락한 도로정속주행과 트랙경기의 어느 한쪽에 맞출 수 있다. 동시에 튜닝 소프트웨어에 따라 F1 기어박스의 변환속도와 ASR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페라리 기술진에 따르면 레이스 모드에 ASR을 해제하면 F1에서 빌려온 ‘발진 제어’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탄탄한 그립을 바탕으로 최고속 출발이 가능하다. 우리 취재팀은 이마저 시험해 볼 수 없었으니 안타까웠다.

전자장치를 통해 엔진과 기어박스, 서스펜션, ABS/ASR, 공기역학성능이 상호작용하여 엔초의 성능과 안전성은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전자장치가 꾸준히 차안에 파고들어 좋은 섀시와 핸들, 브레이크의 기본을 잊어버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피오라노에서 랩을 거듭함에 따라 속도감각은 더욱 빨라졌다. “좀더 밀어붙이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체커기가 마음속의 갈등을 날려버렸다. 저속랩으로 차를 식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피트레인으로 들어갈 때 우리는 마치 F1 챔피언이 된 기분이었다. 모든 눈길이 우리에게, 아니 엔초에게 쏠렸다